사람과 사람들/쪽빛마을 사람들

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

서평택 2011. 10. 12. 19:31

 

 


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이 있는 곳, 남도



사랑 사랑 내 사랑이야, 어화 둥둥 내 사랑이야. 너는 죽어 버들 유자(柳字)되고 나는 죽어서 꾀꼬리 앵자(鶯字)가 되야, 유상앵비편편금(柳上鶯飛片片金:버들에 꾀꼬리가 날아 조각 조각 금이로다)으로 가지마다 앉어 놀거들랑은 날인 줄로만 알려무나. 또 너 죽어 될 것있다. 너난 죽어 무엇이 된고니, 너는 죽어서 이백도홍삼춘(李白桃紅三春:오얏 희고 복사 붉은 춘삼월)으 꽃이 되고, 나는 죽어서 범나비 되어, 네 꽃송이를 덥벅 물고 너울너울 놀거들랑은 날인 줄로만 알려무나. 내 사랑이야 내 사랑이야. 어허 둥둥 사랑이로구나.

[판소리 춘향가 중, 사랑가에서 발췌]

백두산의 벅찬 감격을 뒤로 하고 한국으로 돌아와 남도 문화 기행을 도와주실 조은수님을 만나러 광주로 달려내려갔습니다. 내려가는 길에 광우병 위험이 있는 미국산 소 수입을 반대하는 뉴스를 보다가 우리와 친한 몇몇 분들이 경찰에 의해 연행되는 것을 TV로 보았습니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습니다.

백두산의 천지는 하늘을 열어 우리를 넉넉히 품어 안아 주셨고, 백두산의 숲은 서로 다투지 말고 조화롭게 어울려 살라는 가르침을 주었건만 막상 속세의 사람들은 여전히 서로 다투고 싸우고 못잡아 먹어 으르렁 대는 것을 보니 먹먹해지는 가슴을 다스리기 어렵기만 했습니다.


한참을 달려 광주에 도착해서 우리 신혼여행의 테마로 남도에서 "삶을 예술로 가꾸며 사는 부부들"을 소개시켜주고 그 분들이 사는 모습을 보고 본보기로 삼으라고 직접 나서서 안내해 주시겠다고 하신 조은수님을 만나뵈었습니다. 오른쪽이 조은수님이십니다. 보기에도 참으로 잘생기고 멋지게 생기셨습니다. 탁성이지만 힘이 있는 목소리로 힘차게 오래된 코란도 지프를 멋지게 개조하고 몰고 다니시면서 저희를 남도 곳곳에서 계시는 여러 예술가 분들의 삶을 보여주셨습니다. 중간 중간 비라도 내릴라 치면 차 안의 스피커 볼륨을 높이고는 가요며 팝송이며 다양한 장르의 그때 그때 분위기에 맞는 노래를 트시고는 다함께 노래를 부르곤 하면서 늘 재밌고 의미깊은 이야기로 저희 부부에게 깊은 삶의 지혜를 알려주셨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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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 신혼여행의 테마인 "삶을 예술로 가꾸는 부부" 들을 이해하려면 먼저 제 아내가 수련했었고 여전히 늘 관계 맺음을 하고 있는 하비람 (http://www.theartoflife.co.kr/) 이라는 곳을 잠깐 소개해야 하겠습니다. 충남 금산 대둔산으로 가는 논골재에 있는 영성수련단체인 '삶을 예술로 가꾸는 사람들' 이란 모토로 하비람이란 '하늘의 비밀을 간직한 사람들' 이란 말의 줄임말이라고 합니다.

제 아내의 스승님이신 아침햇살님을 결혼 전에 찾아뵈러 직접다녀올 기회가 있었는데, 대둔산 자락 고즈녁한 계곡에 아담히 자리잡고 있으면서 사람들의 힘들고 지친 몸과 마음과 영혼을 회복하기에 너무나도 좋은 환경에서 참으로 아름답고 좋은 분들이 서로간에 친밀히 나눔을 가지고 계셨습니다. 비록 제가 이곳을 처음 방문했었고 제가 수련하는 국선도와는 약간 차이가 있어 낯설기도 했지만, 금방 그 밝고 발랄한 기운에 저도 더불어 밝아지고 아름다와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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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 아내가 예전에 세상일에 너무 지치고 힘들어 있을 때 이곳을 찾았을 때, 스승님이신 아침햇살님과 그리고 여러 도반님들께서 큰 사랑으로 보살펴주고 나눔을 가져주셔서 많이 회복하게되어서 제 아내 말로는 하비람이 친정과도 같다고 합니다. '마누라가 이쁘면 처가집 기둥을 보고도 절을 한다'고 하는 말이 있는데, 그 모양으로 저도 이곳에 큰 절이라도 넙죽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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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신혼여행은 바로 하비람 도반이신 조은수님과 그리고 남도에 계시는 하비람 도우님들을 찾아뵙고 그 분들의 삶을 직접보면서 우리가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를 생각해보고 더불어 남도에서 삶을 예술로 승화시키시는 예술가 분들을 뵙고자 하는 것이었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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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 거북이집과 대나무

남도기행의 첫걸음으로 맨처음 도착한 곳은 담양입니다. 광주에서 약 30분 쯤 떨어진 청량산 기슭의 한이직 목사님 기념 도서관에 있는 숙소에서 하루 묶게되었는데, 목사님의 동생되시는 분께서 집을 독일에서 직접 수입한 자재들로 아주 우아하고 아름답게 지어놓고 계셨는데, 모두 몸에 좋은 자재들이라서 그랬는지 먼 여행길에 아주 편안하게 하루 잤습니다.

아침에 일어나서 청량산 산책길을 걸어보니 남도 특유의 따사로운 햇살과 축축 늘어지는 아름다움에 우리는 절로 함께 그 분위기에 젖어들어가는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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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산책길을 걷다가 보니 웬 집이 거북이 모양이어서 집주인의 기지 넘치고 발랄함에 거북이 집을 한참 구경 했습니다. 이렇게 재밌는 집에 사시는 분은 또 얼마나 재미있으실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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늦은 아침겸 점심을 먹고자 담양 죽녹원 앞에 있는 식당에 가서 죽순회를 먹었습니다. 제가 고기 종류를 잘 못먹는 반면 죽순 요리는 참으로 좋아하는데 대나무가 가장 많다는 담양에 와서야 제대로된 죽순을 양껏 먹어봤습니다. 역시나 원조 죽순은 다르더군요. 탱탱한 탄력에 두툼하게 썰어놓아도 넉넉한 크기 그리고 손 큰 주인집 아주머니께서 푸짐하게 담아주셔서 셋이 실컷 먹고는 죽녹원 대나무 숲을 보러 나섰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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왕대들이 하늘 높이 쭉쭉 뻗어 숲을 이루고 있는 곳을 걷고 있자니, 우리가 마치 죽림칠현이 되어 대나무밭에 숨어 지내는 은자들이라도 된 것 같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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담양에서 해남으로 넘어가는 도중에 영화 '화려한 휴가'에서 처음으로 택시를 타고 달리던 장면에 나왔던 메타세퀘이어 가로수가 멋진 도로에 들려 한참을 걸어보았습니다. 우리나라에 아름다운 가로수 길이 있다는게 참으로 반가왔습니다. 사진을 찍어보니 마치 합성한 것 처럼 보입니다만, 절대로 합성이 아닙니다. 이 길이 그만큼 멋집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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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주 허허공방과 죽설헌: 예술을 삶에 담아낸 사람들

담양에서 출발해서 나주에 있는 송일근 선생님 내외의 허허공방으로 갔습니다. 사람들의 작은 바람이 아마도 자그마하지만 자연을 벗삼아 아담한 집한칸 가져보는 것일겁니다만, 그 꿈을 이루는 이는 참으로 적습니다. 이곳 허허공방은 송병근 선생님 내외 두분이서 집 근처의 모든 재료들을 가지고 제멋대로(?) 당신들 본인들께서 직접 지은 집입니다. 제대로 목수일을 배우신 것도 아니고, 기존의 집짓는 형식들은 모두 저 멀리한채 되어지는 대로 구해지는대로 재료들 생긴 모양새대로 집을 지어 직선으로 쭉쭉 뻗은 것 하나없이 자연재료 그대로 휘어진 나무는 나무대로, 주변에 붉은 황토흙은 흙대로 그대로 창이되고 기둥이 되고 벽이 되어있습니다. 그리고 그 집 여기저기에 선생님 내외께서 되어지는 대로 자신의 삶을 담아 "허허" 웃는 토우며, 조각이며 점토로 빚은 이런 저런 것들을 숨겨놓으셨습니다. 불행히도 집 자체가 예술 작품인지라 직접 사진을 못 찍어 사진은 없지만, 소담스런 토담집에 제멋대로인것 처럼 보이는 예술작품들이 여기저기 있는 것을 상상하면 되겠습니다. 우리나라 풍수에 보면 집은 자연에 깃든다는 개념이 있는데, 그 말 그대로 집이 자연인지 자연이 집인지 모를정도로 이곳의 집은 주위 자연에 그대로 더불어 있을 뿐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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집구경을 하던 중에, 안주인께서 직접 떡을 내오셨는데, 집과 사람처럼 떡고 참으로 자연스럽고 그 찍어먹는 것도 주변에 있는 대나무를 깍아 그대로 내오신 것이 참으로 인상깊습니다. 이곳 허허공방에서는 찻잔이며 다기들을 비롯해 여러 토우들 등 여러 예술 작품들을 되는 대로 자연스레 전통 장작 가마에서 구워내고 계셨는데 조선시대 개밥그릇처럼 투박했던 이도다완처럼 자연스럽기가 이를데가 없습니다. 이도다완이 일본의 국보로 지정될 정도로 대접받는 것은 그 지극한 자연스러움에 있는데, 이곳 허허공방에서 만드는 모든 것들이 바로 그 지극한 삶의 자연스러움을 담아낸 것들이었습니다. 심지어는 아이들까지도 삶의 자유로움을 표현하기를 주저하지 않고 자기들 손으로 빚은 다관이며 찻잔을 만들었는데 그냥 척 보기에서 부모님들의 심성을 닮아 깝치지도 않고 마음이 억누르는 것도 없이 자신들의 느낌 그대로를 손으로 빚어낸 것을 보니 아이들은 부모의 거울이라는 말이 헛된 말이 아니라는 것을 알겠습니다. 앞으로 우리들도 이런 자연스러운 모습으로 살아가야 아이들도 참으로 건강하고 자연과 더불어 살겠구나라고 생각을 해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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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밌고, 발랄하고 자연스러운 허허공방을 떠나 "방외거사" 라는 책 첫머리에 나오는 시원 박태후 선생님 댁인 죽설헌으로 발길을 옮겼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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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출처: 천년 고도 나주를 날다 9 (나주기행후기), http://blog.joins.com/usr/w/h/whitebee1/12/%EB%82%98%EC%A3%BC%ED%96%89%20348.jpg]

죽설헌은 박태후 선생 내외께서 30여년간에 걸쳐 조금씩 조금씩 집과 정원을 꾸며오신 것이라고 합니다. 일반 사람들에게는 잘 개방하지 않으시지만 저희를 위해 특별히 정원과 작업실들을 보여주셨습니다. 다만 세상사람들에게 당신들의 모든 것을 내보이기 부끄러우시다며 사진찍는 것을 하지 말아주셨으면 하기에 길만 하나 찍어왔습니다.

박태후 선생님께서는 그림활동을 하고 계시는데 가장 유명한 것이 참새와 같은 작은 새들을 그리신 것이라고 합니다. 댁에 가보니 참새 한 마리 길게 그려놓으신 것도 있고, 참새 여러마리가 전깃줄 같은 곳에 나란히 줄지어 앉아있는 그림도 있고... 하여간 집안 곳곳에 자연스레 있는 새 그림들이 마치 짹짹거리면서 여기저기에서 울고있는 듯 참으로 아름다운 광경이었습니다.

제 아내가 그 그림들에 반하여 직접 살 돈은 없지만, 마음에 꼭꼭 담아두고 가겠다고 여기저기에 있는 그림들 앞에서 한참을 머물고 했습니다.

사모님께서 마련해주신 구수한 메밀차를 얻어마시고는 해 떨어져서야 선생님 내외분께 인사드리고 해남으로 떠나게 되었습니다.

단단해 보이시는 박태후 선생님께서 저희 부부에게 그러시더군요,
한 번 사는 인생, 내가 내 인생 마음대로 못하고 살면 어떻게 행복하겠냐구요.

참으로 그런 것 같습니다. 남 눈치 보느라, 이런 저런 사정이 많아서 내 인생 내 맘대로 못한다고 남 탓만 하고 살기 보다는 툭툭 털고 내 인생의 주인이 내가 되면 되는데 여전히 욕심 가득한 저는 아직도 수행이 부족해서인지 그렇게 하기 쉽지는 않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앞으로는 선생님 내외분의 전철을 따라, 최소한 우리 인생의 주인이 우리 스스로가 되도록 마음을 다잡는 계기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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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남 설아다원: 술한잔 차한잔에 예술을 담고, 노랫가락에 삶을 담아...

남도를 대표하는 음식이라면 역시나 푹 삭힌 홍어가 아닐까합니다. 잘 삭힌 홍어에서 나오는 구리구리한 냄새와 한 입 물었을 때 코끝을 찡하고 쳐주는 알싸한 맛, 거기에 각종 젓갈 듬뿍 넣어 절인 묵은 김치와 잘 삶아낸 편육에 컬컬한 막걸리 한 사발 하면.... 이게 바로 진정 남도의 맛이라고 할 수 있지요.

나주 죽설헌을 떠나, 해남으로 가는 길에 설아다원에 우리를 기다리고 계시는 분들과 진짜 남도의 맛을 함께 하고자 홍어 한 접시를 싸들고 저녁 늦게 찾아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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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희 일행이 홍어를 사네, 해남 밤 바닷가 보네 하며 시간을 지체하는 바람에 늦게 도착했지만 바로 홍어 풀어놓고 내어오신 묵은지에, 꽃잎 띄운 막걸리를 한 잔씩 두 잔씩 들이키면서 홍탁삼합을 즐기느라 밤이 깊어 가는 것도 몰랐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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막걸리도 한잔씩 걸쳤겠다, 좋은 사람들 만나 흥이 올랐겠다, 남도에서 소리 한자락 빠질 수야 없지요. 소리*님께서 동갑인 저희 신혼부부를 위해 춘향가의 사랑가 한자락 해주셨습니다. 사랑가를 듣고 있노라니 흥에 겨워 견딜 수가 있어야지요. 그래서 신부 손을 잡고 이몽룡과 성춘향처럼 사랑가 노래에 맞추어 덩실덩실 춤을 추었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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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랑가와 어설픈 춤사위에 더더욱 흥이 올라, 이제는 고수께서 북을 잡으시고 소리*님이 제대로 정좌하시고는 흐드러진 육자배기 한자락 해주고 계십니다. 노랫말은 흥겨운데 가락은 왜 이리도 처연한지, 이게 웃는 건지 우는 건지 모를 정도로 심금을 울렸습니다. 이래서 남도 가락이 사람들 마음에 큰울림으로 전해져 오는 건가 봅니다. 술을 주거니 받거니, 노래를 주거니 받거니, 차를 주거니 받거니 하다보니 서로 어울렁 더울렁 남이 나고, 내가 남이고 결국에는 우리 만이 남아서는, 비오는 해남의 밤은 그렇게 깊어 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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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음날 아침, 황토방에서 자고 일어났더니 간밤의 흥이 남아있었는지 몸은 가뿐하고 머리는 상쾌하고 마음은 내리는 빗소리와 함께 차분히 가라앉았습니다.

간밤에 그렇게 어울렁 더울렁 대동세계를 이루었던 이곳은 설아다원입니다. 깃점*님과 소리*님 내외가 유기농 차밭을 일구시면서 수제 덖음차를 만들어 시중에 내어놓으시는 곳이지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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설아다원 뒷 편에 있는 차밭에 아내와 함께 올라가 보았습니다. 농약도 치지않고, 잡풀들도 함께 자라는 더불어 함께 생명붙이들이 자라는 건강한 밭이었습니다. 간밤에 주인장 내외분께서 거짓말 하지 않고 순수하고 건강한 차를 만들고자 차 밭 모양새는 별로 안이쁘다고 하셨지만, 제가 지금까지 보아온 어떤 차밭보다 이뻐보이기만 합니다.  철은 지났지만, 장맛비에 새순이 올라온 것을 따 먹어보니 향, 색, 미를 넘어 자연의 깊은 맛과 기운이 절로 느껴지는 아주 건강한 차였습니다.

그간 나름 10 여년 넘게 좋다는 차를 이것 저것 마셔오면서 어떤 때는 좋은 맛을 찾아, 어떤 때는 좋은 향을 찾아 그리고 어떤 때는 좋은 색을 찾아 입맛이 바뀌어 왔습니다만, 어느 순간 부터는 차에서 자꾸 사람을 읽게 되는 것 같습니다.

어느 차는 맛은 좋지만 비료를 많이 주어 억지로 맛을 낸 것도 있고,
어느 차는 향이 좋으라고 물을 적게 주어 생명력이 약한 것도 있고,
어느 차는 색이 좋으라고 농약으로 잡풀이며 생명붙이들의 건강한 조화가 없는 것도 있고...

이렇듯 차를 사람들의 오감에만 맞추다 보니, 본래 가지고 있어야할 건강한 생명력과 기운이 없는게 대부분인데, 이곳 설화다원 차는 그 주인들을 닮아 어울렁 더울렁 풀이며, 벌레들과 어울려 살면서 생생한 생명력을 유지하고 있기에 참으로 그 찻기운이 다사롭고 건강하니 제 맘에 좋았습니다.

한낮 차도 사람의 삶와 심성으로부터 영향을 받아 제 생명력과 기운을 달리하는데,
사람이야 두 말해 뭘하겠습니까?

우리 부부도 건강하고 기운 넘치는 차를 만드는 깃점님과 소리님 부부처럼 거짓없이 진실되게 자연에 순응하면서 우리도 건강하고 남들에게도 기운을 불어넣어 줄 수 있는 그런 삶과 심성을 닦아나가 보자고 건강한 차밭에서 두 손 꼭 잡고 다짐하면서 해남을 떠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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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 자유와 해바라기는 서로를 마주보고 산다

땅끝마을 해남에서 차에 취해, 술에 취해, 소리에 취해 한껏 흥을 올린 후에 낙지로 유명한 무안을 향해 떠났습니다. 원래 무안 갯벌 제철이 봄철 3~4월 그리고 가을철 10~11월이라 하는데 약간은 제철이 지나 생산량이 적었지만, 그래도 무안인지라 어렵지않게 토실하게 살오른 낙지를 갯벌 인근 가게에서 구할 수 있었습니다.
무안낙지 특징은 드넓고 깊은 갯벌에서 나고 자라 발이 길고, 고운 갯벌이라 부드럽고 쫄깃하며, 갯벌색깔을 닮아 잿빛 윤기가 있으며 게르마늄 갯벌에서 자라 생명력이 강하여 그 맛과 영양이 특히 뛰어나다고 합니다. 아마도 무안의 황토로부터 영양이 공급되어 갯벌 또한 건강하고 청정하니 그곳에서 난 낙지 또한 그 땅을 닮아 그리되지않나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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무안은 또한 양파가 알이 굵고 단단하여 맛이 좋기로 유명한데, 자유*님께서 이런 무안양파를 전국에 공급하고 계시면서 무안을 뿌리깊게 지키고 계셨습니다. 아래는 자유님 집인데, 이렇게 멋드러진 집을 손수 지으시고는 무안 갯벌을 뒷마당 삼아 살고계셨습니다. 이곳에서 점심을 먹게되었는데, "별로 차린 것은 없어도 많이 드시요이" 라고 말씀은 하셨지만, 역시나 맛의 고향인 남도인지라 산낙지를 비롯하여 수많은 맛난 반찬에 어디 먼저 손을 대야 할지 참으로 난감하기만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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멀리서 신혼부부 찾아온다는 소식에 갯벌 맞은 편에 사시는 해바라기*님께서 자유*님 댁으로 찾아와 저희를 맞아주셨고, 점심식사 후에는 해바라기님 집으로 구경을 갔습니다.

제일먼저 우리를 반겨 준 것은 드넓은 시뻘건 황토 고구마 밭이었고 집으로 들어서자 방긋 웃는 항아리가 우릴 향해 반갑게 인사를 건네주고 있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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항아리만 웃고 있는게 아니라, 집도 웃고 있어 보는 사람으로 하여금 절로 웃음을 짓게 해주더군요. 손수 지으셨다는 이 황토집을 보니 이곳 주인장 이신 해바라기님께서 얼마나 낙천적이고 사람들에게 밝은 웃음을 주시는 분인지 다시 한 번 느끼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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웃고 있는 황토집에 들어 앉아 두런 두런 이야기를 나누다 보니, 웃음이 끊이지 않았습니다. 무안 갯벌에는 그렇게 서로 마주보고 자유와 해바라기가 서로 다정하게 웃으며 살고 있었습니다. 이곳 무안의 건강한 황토흙에 깃들어 사시는 분들은 그 흙만큼이나 건강하고 여유로와 부부가 늘 즐겁게 살아가고 있나봅니다.  무안에서 우리 부부는 삶의 여유와 웃음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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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흥을 갈무리하고...

황톳빛 붉은 땅 무안을 떠나 광주에 와서 남도 곳곳에 계시는 삶을 예술로 가꾸는 부부들을 소개해 주신 조은수님과 아쉬운 작별을 한 후 기차를 타고 전주로 왔습니다. 전주는 예로 부터 예향으로 알려져 있는데, 특히나 한옥마을에서는 전통적인 한옥을 체험할 수 있었습니다. 아래 사진들은 전주 한옥촌 중에 동락원이라는 곳인데 이곳에서 하룻밤 자면서 마치 예전 시골 사랑방에서 자는 것과 같은 푸근함을 느낄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지금은 많이 사라진 모기장이 있어 어릴적 추억 속으로 돌아가 우리 부부 둘이서 마치 어릴때 소꿉장난하는 것 처럼 모기장 안에서 알콩달콩 재밌게 놀았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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동락원 뒤뜰에는 장독대를 지키는 커다란 나무가 있었습니다. 곧고 웅장하게 자라는 것이 아니라 넓고 여러방면으로 뻗친 가지가 장독대와 더불어 사람들 마저도 나무 그늘 아래에서 한소끔 쉬어가라고 하는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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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옥마을 길을 산책하다보니, 자그마한 선경인 것 처럼 꾸며진 냇가가 있더군요. 그리고 그 냇가를 주욱 따라가다 보니 마치 신선이 거문고를 뜯을 법한 아담한 정자가 있고 그 옆은 작은 연못과 아름다운 바위와 온갖 기화요초가 만발한 정원이 있어서 옛 선비들의 풍류를 그대로 담아내고 있는 듯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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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침 일요일이었던지라, 아내가 평소 잘 알고 지내던 한상렬 목사님과 이강실 목사님 부부가 계시는 전주 고백 교회에 가서 예배를 드리기로 하고 먼저 연락을 드리고는 물어 물어 교회를 찾아 갔습니다. 막상 교회에 가보니 그 흔하디 흔한 십자가 하나없이 마치 구한말 초기 한국 기독교 교회처럼 나즈막한 토담으로 둘러싸인 전통 가옥 처럼 생겨 깜빡하면 그냥 지나칠 뻔 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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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회 안도 여느 교회와 달리 소박하고 아래도 의자가 아닌 너른 방과 같아서 모두 앉아서 예배를 봅니다. 거기다가 한상렬 목사님과 이강실 목사님 모두 말로만 하는 상투적인 기도가 아니라 몸과 마음을 다해서 하는 몸기도 마음기도를 신도들과 함께 어우러져 하시면서 너와 내가 따로 없는 하나님 앞에서 모든이가 평등하다는 것을 몸소 실천하고 계셨습니다. 두분의 성스러운 관계로부터 이렇게 세속에서 살면서도 서로의 깨달음을 위해 서로 의지하고 북돋우어 주는 것이 가능하다는 것을 배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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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주 고백교회를 마지막으로 짧지만 알찬 남도 문화 기행을 마치게되었습니다. 막상 남도를 돌아다니고 보니 그 느낌을 한마디로 표현해보자면 아래의 꽃들처럼 "흐드러지는 남도의 삶" 그리고 그러한 삶을 "예술로 가꾸어 나가는 사람들" 이라고 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세상사 모두 먹고 살기 바빠서 남들보다 조금이라도 더 나은 삶을 위해 영악하게 남들을 짓밟고, 다투어 빼앗는 것이 얼마나 부질없는 일이며 잘못된 것인지를 남도의 여러 분들을 보면서 배웠던 것 같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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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백두산과 남도 신혼여행은 우리 부부들에게 앞으로 어떻게 살아갈지에 대한 이정표를 만들어준 소중한 기회였습니다. 지금까지는 둘이 따로 살면서 각자가 바라보는 길만을 걸어왔지만, 앞으로는 백두산과 연화촌에서 배운 우리 민족이 가야할 길에 대한 고민과 남도에서 가르침을 주신 여러 분들의 아름답게 삶을 가꾸어 가시는 분들의 모습을 보면서 우리 부부도 큰 뜻을 세워놓고 더불어 매일 매일이 예술적으로 아름다운 나날이 되어가도록 해야 겠다고 마음을 다잡고 이제는 마주보고 사랑하는 것이 아니라 한 곳을 함께 쳐다보면서 서로간에 길 잃지 않도록 잘 다독여주고 혹여 힘들면 서로 기대면서 우리가 해야할 것을 행복하게 해나가려합니다.

저희 새로 시작하는 신혼여행길에 커다란 가르침을 주신 모든 분들에게 감사의 말씀을 전합니다.
앞으로 아름답고 행복하게 살아가도록 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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덧붙이는 말

제 부모님 고향은 충북 충주입니다. 특히나 그곳 중앙탑과 탄금대 인근인데 친척어르신들께 인사차 충주에 갔다가 마침 인근에 있는 중앙탑도 들렸습니다. 이렇게 해서 우리나라 가장 높은 곳인 백두산과 땅끝마을인 남도 그리고 중앙탑까지 우리 땅 상, 중, 하 모두를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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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머니와 아내가 제가 좋아하는 만두를 함께 만드는 모습입니다. 비록 못난 아들 모자란 남편이지만 앞으로의 삶에서 제가 사랑하는 우리 가족을 위해 최선을 다해 잘 살겠다는 다짐을 해봅니다. 모두 사랑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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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주: 하비람에서는 실명이 아닌 별명을 지어 서로간에 호칭합니다.